휴넷 주4일제 성공사례 (생산성, 인사제도, 제조업)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정말 생산성이 올라갈까요? 아니면 그저 복지 차원의 '좋은 게 좋은 것' 수준에 머물까요? 교육 전문 기업 휴넷이 2022년부터 본격 시행한 주 4일제는 매출 42억 원 증가, 채용 경쟁률 30대 1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11년간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인사 업무를 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 성공 신화가 모든 기업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생산성 도구로서의 주4일제, 정말 가능한가
많은 기업이 주 4일제를 '직원 복지'로만 바라봅니다. 쉬는 날 하나 더 주면 만족도가 올라가겠지, 정도의 생각이죠. 그런데 휴넷은 처음부터 이걸 복지가 아닌 '생산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로 정의했습니다. 조용탁 대표가 직접 나서서 2019년부터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했고, 급여 삭감이나 연차 소진 같은 조건도 전혀 없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사례를 접했을 때 의아했습니다. 정말 하루를 통째로 쉬면서 성과가 더 나올 수 있을까? 그런데 핵심은 '절대평가 체제'였습니다. 상대평가(Relative Evaluation)란 조직 내에서 동료와 비교해 등급을 나누는 방식인데, 이 체제에서는 누가 더 오래 자리를 지키는지가 은연중에 성과 지표가 됩니다. 휴넷은 이미 2016년에 이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로 전환했습니다. 절대평가란 개인의 목표 달성 여부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간'이 아닌 '성과'에 집중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저희 회사도 상대평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게 얼마나 조직 내 경쟁을 부추기는지 체감합니다. 휴넷처럼 평가 체제부터 바꿔놓지 않으면 주 4일제는 그저 '몰아서 야근하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휴넷 직원들은 하루 9~10시간씩 압축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인사제도 혁신 없이 주4일제는 불가능하다
휴넷이 주 4일제를 안착시킬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사전 준비'였습니다. 제도 도입 6년 전부터 인사 시스템 전체를 뜯어고쳤죠. 아래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 절대평가 전환(2016년): 동료와의 비교가 아닌, 개인 목표 달성 여부로만 평가
- 셀프 승진제 도입: 본인이 원할 때 승진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조직 내 불필요한 경쟁 제거
- 행복 기금 및 퇴직 연금: 15년 이상 근속자에게 퇴직 후에도 연금을 지급하는 장기 근속 유도 정책
이 세 가지는 단순히 제도를 나열한 게 아니라, 조직 문화 자체를 '시간'에서 '성과'로, '경쟁'에서 '협업'으로 바꾸는 토대였습니다. 제가 인사 기획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우리도 주 4일제 도입할 수 있나요?"인데, 솔직히 평가 체제나 승진 구조를 손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휴넷은 또한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경영 철학을 내세웁니다. 남을 먼저 도우면 결국 나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뜻으로, 이익 극대화가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를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는 결이 다릅니다(출처: 휴넷). 이런 철학적 토대 없이 제도만 가져다 쓰면, 직원들은 '무임승차'를 시도하고 조직은 빠르게 와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휴넷은 제도 도입 후 직원들 스스로 무임승차자를 견제하는 '자정 작용'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건 강력한 심리적 계약이 형성되었다는 증거인데, 평가와 보상 체계가 투명하고 공정할 때만 가능한 현상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최소 3~5년은 걸린다고 봅니다.
제조업과 글로벌 조직에는 적용 가능한가
자, 그럼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휴넷은 교육 콘텐츠 기반의 IT 서비스 기업입니다. 업무 대부분이 비동기(Asynchronous)로 처리 가능하고, 금요일에 전 직원이 쉬어도 고객 응대나 생산 라인에 큰 타격이 없는 구조죠. 하지만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FAB 라인이나, 글로벌 파트너사와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해외 인사 업무는 어떨까요?
제가 담당하는 해외 인사 팀은 미국, 유럽, 아시아 시차를 모두 맞춰야 합니다. 금요일에 저만 쉬면 해외 현지 법인은 누가 커버하죠? 사무직은 월 1회 금요일에 쉬는데, 생산직은 교대 근무로 라인을 지켜야 한다면 이건 형평성 문제를 넘어 조직 내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 '월 1회 금요일 휴무'를 도입했을 때 현장 직원들의 반발이 상당했습니다. "누구는 쉬고, 누구는 라인 돌리는 게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죠.
휴넷 사례에서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리더의 독박 노동'입니다. 영상에서도 슬쩍 언급되지만, 팀장과 수석급은 결국 주 5일 이상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실무자는 행복하지만, 관리자는 그 공백을 메우느라 번아웃에 시달리는 구조라면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할까요? 제 생각엔 이 부분이 휴넷의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또 하나, 압축 근무의 부작용입니다. 하루 9~10시간씩 몰아서 일하는 건 사실상 주 40시간을 4일에 우겨넣는 구조인데, 이게 장기적으로 직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을까요? 제 경험상 고강도 압축 근무는 2~3년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그 이후엔 '번아웃의 지연된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몇몇 기업은 주 4일제를 도입했다가 1~2년 만에 철회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처럼 제조 기반의 기업이 주 4일제를 도입하려면, 휴넷처럼 '전사 공통 휴무'가 아니라 '직군별 맞춤형 유연 근무'가 답이라고 봅니다. 사무직은 금요일 휴무, 현장직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리프레시 휴가 확대, 해외 인사는 시차 고려한 비동기 협업 체계 구축 같은 방식이죠. 이건 단순한 근로 시간 단축이 아니라, 조직 문화 전체를 리빌딩하는 작업입니다.
휴넷 사례는 분명 고무적입니다. 2022년 대비 2023년 매출액이 약 42억 원 증가했고, 인당 매출액도 1.7억 원에서 1.9억 원으로 상승했습니다. 채용 경쟁률은 9.2:1에서 30.1:1로 치솟았고, 퇴사율은 19.6%에서 14.9%로 떨어졌죠. 하지만 이건 '준비된 조직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한 표준 모델은 아닙니다. 제가 11년간 인사 업무를 하면서 배운 건, 제도는 베낄 수 있어도 문화는 베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휴넷의 성공이 부럽다면, 먼저 우리 조직의 평가·보상·승진 체계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그게 먼저입니다.
--- 참고: https://youtu.be/3Yzu4HOMnVE?si=PimHDXPa_C9Cbe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