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퇴직금 산입 기준 (목표 인센티브, 경영 성과 배분, 평균임금 판단)
2026년 1월, 대법원이 S전자의 성과급 퇴직금 산입 여부를 놓고 정반대 판결을 내렸습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운영되던 두 가지 성과급 중 하나는 임금으로 인정되고, 다른 하나는 임금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이 판결문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11년 동안 인사 실무를 해오면서 성과급을 설계하고 운영해왔는데, 지급 근거와 지표 설정 방식에 따라 법적 성격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이 현장에 던지는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목표 인센티브는 임금, 성과 인센티브는 비임금
대법원은 S전자의 목표 인센티브(TAI)와 성과 인센티브(OPI)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TAI는 퇴직금 산정 시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으로 인정됐고, OPI는 임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해당 성과급이 근로 성과의 사후 정산인지, 아니면 경영 성과의 사후 배분인지에 따라 법적 성격이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TAI가 임금으로 인정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이 제도는 월 기준 금액의 120%를 기초로 사업부별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구조였는데, 평가 항목인 재무 성과 달성도나 전략 과제 이행도가 구성원의 노력으로 통제 가능한 지표라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시장 점유율이나 브랜드 지수처럼 개별 근로자나 팀 단위의 활동이 직접 반영되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법원은 이를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가로 본 겁니다.
반면 OPI는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지급되는 구조였습니다. 여기서 EVA란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이익에서 자본 비용을 차감한 순수 부가가치를 의미하는 지표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쉽게 말해 회사가 자본을 투입해서 얼마나 실질적인 이익을 냈는지 보는 경영 성과 지표인 셈입니다. 법원은 이 지표가 근로자의 노력보다는 자본 규모, 시장 상황, 경영진의 판단 같은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고 봤고, 따라서 근로의 대가라기보다는 회사 이익을 사후에 나누는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변동폭과 통제 가능성이 판단의 핵심
저는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이 바로 '변동폭'과 '통제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TAI는 연봉 대비 0~10% 수준으로 변동폭이 낮고 안정적이었던 반면, OPI는 0~50%까지 변동했습니다. 법원은 근로의 양과 질이 매년 50%씩 급격히 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로, OPI를 일시적 금품의 성격으로 규정했습니다.
제가 실무에서 직접 겪은 사례를 말씀드리면, 한 제조업체에서 영업팀 성과급을 설계할 때 매출 달성도와 영업이익률을 함께 지표로 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출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영업이익률은 목표에 한참 못 미쳤고, 결국 성과급 지급액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구성원들은 "우리가 열심히 일한 건 똑같은데 왜 이렇게 줄었냐"며 불만을 표했고, 저는 그때 지표 설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번 판결은 바로 이런 상황에 대한 법적 해답을 제시한 겁니다. 구성원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개입될수록, 그 보상은 임금이 아닌 '경영 성과 배분'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퇴직금 산정 시 평균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의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퇴직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장 열심히 일해서 받은 보상이 노후 보장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정서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사 설계에 던지는 실무적 과제
이번 판결 이후 인사 담당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자사의 성과급 제도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특히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우리 회사 성과급의 지급 근거가 되는 지표는 무엇인가? (매출, 영업이익, EVA, 개인 목표 달성도 등)
- 그 지표는 구성원의 노력으로 통제 가능한가, 아니면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가?
- 연간 변동폭이 어느 정도이며, 이를 제도화된 변동급으로 볼 수 있는가?
제 경험상 많은 기업들이 성과급 제도를 도입할 때 법적 리스크보다는 동기부여 효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퇴직자가 발생하거나 노동청 진정이 들어온 뒤에야 "이게 퇴직금에 포함되는 건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런 애매한 영역에 명확한 선을 그어준 셈입니다.
향후 기업들은 성과급을 설계할 때 '이 제도가 법적으로 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만약 퇴직금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OPI처럼 경영 성과 연동형으로 설계하되, 구성원들에게 이 보상의 성격이 '이익 배분'임을 투명하게 공지해야 합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변동급 체계를 원한다면 TAI처럼 구성원이 통제 가능한 지표를 사용하되, 퇴직금 산입을 전제로 재원을 설계해야 합니다.
법적 명확성과 정서적 간극의 조화
저는 이번 판결이 법적 명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매출을 '근로가 집약된 성과'로 보면서도 영업이익은 '경영의 영역'으로 엄격히 분리한 것은, 현대 산업의 복잡한 성과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해석일 수 있습니다. 반도체나 장치산업처럼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에서는 매출 역시 개별 근로자의 노력만큼이나 거대 시장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또한 TAI의 변동폭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안정적 임금으로 규정한 부분은, 향후 기업들이 모든 성과 보상을 이익 연동형으로만 쏠리게 만드는 보상 설계의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최근 자문했던 한 IT 기업은 이번 판결 이후 기존의 목표 달성 성과급을 전면 재검토하고, OPI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법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력이 보상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인사 담당자들에게 '법에 부합하는 설계'와 '구성원이 납득하는 운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는 숙제를 던졌습니다. 법률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구성원들이 느끼는 정서적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유연한 보상 믹스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성과급의 명칭이나 외형적 변동폭보다, 실질적으로 해당 보상이 구성원의 동기부여와 업무 몰입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설계가 보완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인사 실무자들이 성과급을 설계할 때 단순히 "이게 퇴직금에 포함되나요?"를 넘어, "이 보상이 구성원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인가"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적 기준은 분명해졌지만, 조직 내 신뢰와 공정성 인식은 여전히 우리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 참고: https://youtu.be/vpRhNTs3BEg?si=jiS1cBz6xTYlL4m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