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인사평가 가이드 (다면평가, 저성과자, 육아휴직)
2026년 인사평가 시즌이 다가오면서 다면평가 제도의 부작용과 저성과자 관리 방식, 그리고 육아휴직자에 대한 평가 차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1년간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해외 인사 업무를 담당하며 수백 건의 평가 케이스를 직접 처리했는데, 솔직히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걸 보면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승격 대상자에게 점수를 몰아주거나, 육아휴직자를 단순히 자리에 없었다는 이유로 하위 등급에 배치하는 관행은 조직 전체의 공정성을 무너뜨립니다.
성과 목표 설정, 팀장과의 합의가 핵심입니다
인사평가의 출발점은 성과 목표(Performance Goal) 설정입니다. 성과 목표란 한 해 동안 직원이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 결과를 뜻하며, 이를 사전에 팀장과 일대일로 합의해야 평가의 객관성이 확보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격한 문제는 목표 설정 단계에서 팀원 간 난이도 차이가 심하게 벌어지는 경우였습니다. 어떤 팀원에게는 달성 가능한 목표 세 개를 주고, 다른 팀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 다섯 개를 배정하면 결과적으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업팀 대리의 경우, 신규 거래처 두 곳 이상 계약 체결이나 제품 안내 자료 제작 같은 본인이 직접 수행 가능한 업무를 목표로 잡아야 합니다. 반면 회사 전체 매출 100억 중 절반을 대리 개인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비합리적입니다. 대리 혼자 50억을 책임질 수 없는 구조인데도 그런 목표를 부여하면, 결과적으로 해당 직원은 노력과 무관하게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팀장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합니다. 목표는 5개에서 10개 정도로 설정하되, 각 목표가 해당 직원의 직무 범위 안에서 관찰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출처: 고용노동부).
- 목표는 팀장과 팀원이 사전에 일대일로 합의해야 합니다.
- 팀원 간 목표 난이도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합니다.
- 목표는 본인의 직무 범위 안에서 측정 가능해야 합니다.
- 회사 전체 목표를 개인에게 과도하게 배분하지 않습니다.
육아휴직자 평가, 실제 근무 기간만 반영하는 게 정답입니다
육아휴직자에 대한 인사평가 차별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명백히 문제가 됩니다. 육아휴직(Parental Leave)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보장하는 법정 휴직이므로, 이를 이유로 승진이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위법입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바로는, 많은 조직이 여전히 육아휴직자를 평가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자동으로 최하 등급에 배치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내규에 "육아휴직자는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해두기도 했는데, 이는 법원에서도 명백한 차별로 판단하는 사항입니다.
가장 합리적인 평가 방법은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하고, 실제 근무한 기간의 성과만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년 중 6개월을 육아휴직으로 보냈다면, 나머지 6개월 동안의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면 됩니다. 단, 근무 기간이 1개월처럼 지나치게 짧을 경우에는 평가 자체가 어려우므로 중간 등급(보통 C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례 중에서도 11개월 육아휴직 후 1개월만 근무한 직원이 있었는데, 그 경우 한 달 성과만으로 전체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중간 등급을 부여하고 다음 평가 기회를 기다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고득점을 주는 것도, 부재했다는 이유로 최하 등급을 주는 것도 모두 형평성을 무너뜨립니다(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저성과자 관리는 해고가 아니라 개선 기회 부여입니다
저성과자(Low Performer)란 업무 성과나 역량이 조직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을 의미합니다. 많은 회사가 저성과자를 곧바로 해고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법원 판례를 보면 이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성과자 관리의 핵심은 해고가 아니라 개선 기회(Performance Improvement Plan, PIP) 부여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IT 개발자가 5년간 연속으로 최하 등급을 받았던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는 해당 직원에게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코딩 테스트 기회를 여러 차례 부여했지만, 본인이 노력 자체를 하지 않았고 개선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법원도 해고를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반대로 상대평가(Forced Ranking)에 따라 기계적으로 하위 10%를 저성과자로 분류하는 방식은 부당합니다. 은행권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례인데, 수습 사원 10명 중 반드시 1명에게 D등급을 할당하도록 규정을 만들어놓았습니다. 모든 직원이 우수한 성과를 냈더라도 누군가는 억지로 D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법원은 이를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저는 이런 상대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조직에는 D등급 비율 자체를 없애거나, 최소한 의무 할당 비율을 제거하라고 권고합니다. A, B, C 등급까지는 비율을 유지하더라도 D등급만큼은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유연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면평가, 설계가 정교하지 않으면 독이 됩니다
다면평가(360-Degree Feedback)는 상급자뿐 아니라 동료, 후배, 때로는 고객까지 평가에 참여시켜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제도입니다. 상급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억울하게 낮은 평가를 받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고, 다양한 시각에서 직원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다면평가는 설계가 정교하지 않으면 오히려 조직 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실제로 제가 근무했던 IT 회사에서 팀장 평가를 위해 다면평가를 실시했는데, 팀원 5명 중 4명이 익명으로 "이 사람과 함께 일하기 싫다"고 체크했습니다. 팀장은 그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팀 내 분위기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평가자들이 평가 역량이나 훈련 없이 감정적으로 점수를 매기거나, 단순히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줬기 때문입니다. 다면평가를 운영할 때는 익명성 보장이 가장 중요하며, 단순 점수 부여가 아니라 서술형 코멘트를 요구하고 반드시 구체적인 근거를 남기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저는 다면평가 시스템 설계 시 평가 항목 자체를 관찰 가능한 행동 지표 위주로 구성하고, 감정적 평가를 필터링할 수 있는 검증 단계를 반드시 포함하라고 조언합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다면평가 설계를 위해 예담에서 개발한 '브릿지 플러스(Bridge Plus)'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11년간 인사 평가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결국 제도는 사람이 운영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도 평가자의 편향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과 목표를 명확히 합의하고, 육아휴직자를 차별하지 않으며, 저성과자에게 개선 기회를 부여하고, 다면평가를 신중하게 설계한다면 최소한 납득 가능한 공정성은 확보할 수 있습니다. 2026년 인사평가를 준비하는 HR 담당자나 팀장이라면, 이 네 가지 원칙을 반드시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youtu.be/tKHSZWTlSaE?si=YCos_McgfOBLpv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