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관리 (에너지 배분, 고성과자 우선, CDP 한계)

현대적인 사무실에서 리더가 저성과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면담하는 모습과, 그 사이 박탈감을 느끼며 짐을 싸서 조직을 떠나는 고성과자의 모습이 대비된 분할 이미지

저성과자에게 10시간을 쓰느니 고성과자에게 1시간을 쓰는 게 조직 성과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13년 차 HR 담당자로서 가장 후회되는 건 바로 이 원칙을 몰랐던 초반 몇 년입니다. 일 못하는 직원을 끌어올리겠다고 면담실에 불러 앉혀 놓고 동기부여 시도를 반복했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아깝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구성원 모두를 케어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제 경험상 이건 조직을 정체시키는 지름길이었습니다. 저성과자 관리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으면 정작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조직을 떠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에너지 배분: 저성과자 10시간 vs 고성과자 1시간

조직 내 저성과자(Low Performer)란 단순히 업무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아닙니다. 조직이 기대하는 책임(Responsibility)과 본인이 원하는 권한(Authority) 사이에 교집합이 없는 사람, 즉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은 겉보기엔 성장 욕구가 강해 보이지만, 실상은 권한과 인정만 탐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제가 직접 겪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팀 내 한 직원이 "더 큰 프로젝트를 맡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서 기회를 줬더니, 막상 업무가 복잡해지자 "리더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결국 본래 업무로 돌아갔는데, 그 과정에서 팀 분위기까지 해쳤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리더의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한 자원이며, 이를 어디에 쓰느냐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요.

고성과자(High Performer)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이들은 리더의 작은 피드백만으로도 큰 성과를 냅니다. 반면 저성과자는 10배의 시간을 들여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조직 변화를 이끄는 건 상위 5~10%의 리더와 그들을 따르는 30%의 팔로워입니다. 나머지 5~10%의 레거드(Laggard) 집단, 즉 조직 부채에 에너지를 낭비하면 전체가 후퇴합니다.

고성과자 우선 원칙과 역차별의 함정

많은 리더가 "문제아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징징대는 사람에게 관심을 주는 문화가 형성되면, 주도적으로 일하던 인재들이 의욕을 잃습니다. 이를 '역차별(Reverse Discrimination)'이라 부를 수 있는데, 고성과자가 "내가 열심히 해봤자 리더는 불평 많은 사람만 챙긴다"고 느끼는 순간 조직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초기에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는 게 공정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공정함(Fairness)이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여도에 따른 차등 보상입니다. 고성과자에게 리더의 시간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정함입니다.

실제로 제가 근무했던 조직에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1. 저성과자 A씨가 "중요한 업무를 안 준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팀장은 A씨와 주 2회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2. 같은 시기 고성과자 B씨는 혼자 3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지만, 팀장과 대화는 월 1회도 되지 않았습니다.
  3. 6개월 후 B씨가 이직했고, A씨는 여전히 불만만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리더의 에너지 배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조직 내 인재 유출(Talent Drain)의 주범은 외부 경쟁사가 아니라 내부의 잘못된 관심 배분입니다.

CDP 운영의 한계와 현실적 대안

많은 기업이 저성과자 개선을 위해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를 운영합니다. CDP란 성과 미달 직원에게 일정 기간 교육과 코칭을 제공해 역량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제 경험상 실효성은 매우 낮았습니다.

CDP의 가장 큰 문제는 부서장의 온정주의적 목표 설정과 당사자의 상실된 의욕 사이에서 프로그램이 겉돈다는 점입니다. 부서장은 "해고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에 목표를 낮게 잡고, 당사자는 "어차피 잘릴 거면서 왜 이런 걸 하나"며 소극적으로 임합니다. 결국 3개월짜리 CDP가 끝나도 달라지는 건 없고, 조직만 시간과 비용을 낭비합니다.

해고가 어려운 국내 노동 환경에서 CDP는 고육지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가 "사람 좋은 팀장"이 되려다 조직 전체를 망치는 건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합니다(출처: 한국노동연구원). 저성과자 관리의 현실적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팀의 우선순위와 기준을 명확히 전달하고, 업무 배분은 리더의 고유 권한임을 분명히 합니다. 둘째, 저성과자의 역할과 책임을 칼같이 정의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업무를 부여합니다. 셋째, 추가 기회는 면담이 아닌 행동과 성과로만 증명하게 합니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막고 조직 효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리더의 자원은 '부채'가 아닌 '자산'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저성과자를 방치하라는 게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으로 관리하되, 과도한 에너지는 쏟지 말라는 겁니다. 고성과자가 떠나는 순간 조직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습니다. 반면 저성과자가 떠나면 조직은 오히려 건강해집니다. 이 냉혹한 진실을 외면하면 리더도, 조직도 성장할 수 없습니다.

정리하면, 리더십은 친절함의 경쟁이 아니라 자원 배분의 최적화입니다. 착한 팀장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조직의 미래를 책임지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고성과자에게 시간을 쓰세요. 그들이 조직의 미래이자 리더 본인의 미래입니다.

--- 참고: https://youtu.be/AXeHSHfo6hE?si=tpPmyxo5-Kjvjm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