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비대화 막는 법 (피터의 법칙, 직무급제, KPI)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사무실 구조와 데이터 기반의 슬림한 직무 중심 조직 시스템을 대비하여 보여주는 현대적인 3D 이소메트릭 일러스트레이션

부서장들과 대화하다 보면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인사 담당자로서 냉정히 들여다보면, 이는 적재적소의 배치가 실패했거나 자신의 무능을 조직의 비대화로 감추려는 방어 기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혁신은 '머릿수'가 아닌 '일의 본질'과 '방식'의 전환에 있습니다. 무능이 승진으로 보상받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효율을 방치하는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조직이 비대해지는 세 가지 본성

조직 비대화는 리더십 부족이나 경영 실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첫 번째는 권력욕입니다. 더 많은 부하 직원을 거느리고 싶은 심리적 본능이 작동하는 겁니다.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 이를 설명합니다. 물리적 업무량과 무관하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면 업무는 자동으로 증식한다는 원리입니다. 쉽게 말해 관리자는 자신의 영향력과 권력을 키우기 위해 본능적으로 부서 확장을 꾀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 부서에서 "우리 팀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업무량을 분석해보니 현 인력으로도 충분히 처리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실제로 업무시간을 보더라도 업무량이 많아서 버거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일의 분배와 우선순위였습니다. 하지만 그 부서장은 인원 증원을 통해 자신의 부서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했습니다. 실제로 인원이 늘어나면 그 인원을 관리하기 위해 인사팀, 감사팀, 기획팀까지 덩달아 늘어납니다. 현장에 한 명이 늘면 스태프 부서에서 세 명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보상 체계의 문제입니다. 승진을 하는 게 보상이다 보니 조직은 비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람은 무능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한다는 원리입니다. 최고의 영업 사원은 고객 설득과 클로징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영업 팀장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기술적 역량과 관리적 역량은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과거의 실무 성과를 기반으로 승진시키기 때문에 무능함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승진한 관리자는 자신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조직을 비대하게 만듭니다. 더 많은 보좌진과 자문 인력을 요구하면서 실질적 업무와 무관한 리더 생존을 위한 조직 팽창이 일어나는 겁니다.

세 번째는 자원의 점유입니다. 부서장은 자신의 부서 안에 예산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적 경제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산이 많이 부여된 부서가 더 중요한 부서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확장된 예산은 화려한 사무실이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용됩니다. 이를 지대추구(Rent-seeking)라고 합니다. 지대추구란 새로운 가치 창출이 아닌 기존 자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분배하는 활동을 뜻합니다. 조직이 혁신 활동보다 기득권 유지에 몰입하게 되면 막대한 자원 낭비가 발생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피터의 법칙과 무능의 고착화

피터의 법칙은 우리 조직에서 매일 목격되는 현상입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다가 조직의 상층부를 해당 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무능한 리더들로 채웁니다. 실질적인 업무는 아직 무능력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은 하급자들에 의해 간신히 지탱됩니다. 저는 이 상황을 너무나 자주 봤습니다. 실무에서는 탁월했던 사람이 팀장이 되면서 갑자기 방향을 잃고 부서원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모습을 말입니다.

최근 새로 부임한 한 부서장이 "여기는 사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일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라고 일갈했을 때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무능한 관리자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요구합니다. 이런 방어 기제는 결국 실질적 업무와 효율과 무관한 리더의 생존을 위한 조직 팽창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합리적 경제인의 행동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조직을 비대하게 만드는 것은 리더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무능의 고착화가 주니어 직원들의 성장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입니다. 생산성 없는 사람들이 과장, 차장, 부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높은 연봉을 가져갑니다. 그 돈을 누가 번 걸까요? 주니어들이 번 겁니다. 주니어들이 실무자들이 열심히 해서 번 돈을 고연차에서 생산성 떨어지는 사람들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조직 내의 지대추구가 아니고 뭡니까? 한국은 1년 차 직원의 연봉과 30년 일한 사람의 연봉이 2.93배 차이 납니다. 세계 최대 수준입니다. 10년에서 20년 차로 넘어갈 때 근속 연수 대비 임금 상승률이 OECD 최고 수준입니다.

직무급제와 KPI 기반 보상 체계

조직 비대화와 무능의 고착화를 해결하려면 세 가지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직무급제 기반의 KPI입니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감당하고 있는 직무의 가중치에 따라 급여를 책정해야 합니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란 조직의 목표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핵심 성과 지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직무의 난이도와 실제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 마케터가 입사했습니다. 마케팅은 우리 회사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존에 생산직에서 10년 일한 사람이 5,600만원을 받는다고 칩시다. 마케팅 3년 차가 왔습니다. 왜 5,600만원을 못 주냐는 겁니다. 직무의 가치가 높다면 경력과 무관하게 그에 합당한 급여를 책정해야 합니다. 단, 진짜 성과를 평가해서 KPI를 제대로 측정해야 합니다. 상급자가 과거의 성과를 담보로 현재 무임승차를 정당화하는 것을 차단해야 합니다.

현재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1.1%가 공식적인 임금 체계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급여 테이블조차 없는 겁니다.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솔직히 이 수치를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도 급여 체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부서장 재량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자리를 오래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역할과 직무의 난이도에 따라 급여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1. 직무급제 도입: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를 기준으로 급여 책정
  2. KPI 기반 평가: 실질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보상
  3. 연공서열 타파: 근속 연수가 아닌 직무 가치 중심의 보상 체계 확립

시니어를 혁신의 조력자로 만드는 방법

두 번째는 프로젝트 부가 가치 중심의 보상입니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실질적으로 부가 가치를 창출한 담당자에게 직위와 무관하게 인센티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상급자가 새로운 제안을 억압하는 조직 내 비효율을 타파하려면 프로젝트 부가 가치 중심의 성과급 제도가 필요합니다. 기득권이 지대를 포기하고 젊은 세대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제도적 유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모든 고연차를 생산성 없는 기득권자로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장치 산업에서는 시니어가 가진 숙련된 노하우(암묵지)와 위기 대응 능력이 정량적 KPI로 측정되지 않는 핵심 자산이기도 합니다. 암묵지(Tacit Knowledge)란 언어나 문서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적 지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오랜 경험을 통해 몸에 밴 노하우입니다. 시니어를 단순히 '처리 대상'으로 보는 대신, 혁신의 조력자(Facilitator)로 전환하는 제도적 설계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니어 직원이 주니어 직원의 성장을 도왔을 때 멘토링 수당이나 리더십 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겁니다. 반대로 너무 가차 없이 시니어들을 내쳐버리면 주니어들도 불안합니다. "토사구팽이구나. 나도 미래에 저렇게 되겠네"라는 생각이 들면 조직 전체의 사기가 꺾입니다. 조화가 필요합니다. 조직 내에서 성과를 내는 방법이나 노하우를 기존 시니어들이 전수하고, 그들이 혁신의 퍼실리테이터가 되게 하는 것이 지대추구를 해결하는 방향성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제도적 설계가 없으면 세대 간 갈등만 심화됩니다. 주니어는 "저 사람들은 왜 일도 안 하면서 돈만 많이 받나"라고 불만을 갖고, 시니어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며 방어적으로 나옵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시니어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주니어에게 전수할 때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니어도 기꺼이 변화에 동참하게 됩니다.

결국 조직 비대화와 무능의 고착화는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권력욕, 보상 체계의 모순, 자원 점유라는 세 가지 본성이 맞물려 조직을 비대하게 만듭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직무급제 기반의 KPI, 프로젝트 부가 가치 중심의 보상, 그리고 시니어를 혁신의 조력자로 만드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머릿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그것이 진정한 혁신의 시작입니다. 제가 인사 담당자로서 절실히 느끼는 부분입니다. 조직 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제도를 먼저 바꾸면 문화도 따라옵니다. 지금 당장 우리 조직의 급여 체계와 평가 시스템을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youtu.be/mvrfYIDXbF8?si=cuTCy95Jwuz-JW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