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추천, 인사팀은 무엇을 보는가
팀장 한 명이 갑자기 빠졌을 때, 주변에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 사람은 실력이 있으니까 당연히 올라가야지." 성과 좋고 스펙 좋은 사람을 임원으로 올리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014년부터 인사 일을 시작하면서, 임원 추천이 단순히 줄 세우기가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임원 추천에서 인사팀이 실제로 검토하는 항목
일반적으로 임원 승진 기준은 성과·학력·경력 연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것들이 기본은 됩니다. 특히 기술 기반 회사에서는 해당 도메인의 전문성이 없으면 아예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임원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보니, 실제로 들어가는 항목은 훨씬 복잡합니다. 제가 경험한 기준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 직무 전문성 및 성과 이력: 여러 직무를 거쳤는지, 수치로 증명 가능한 성과가 있는지
- 구성원 신뢰도: 직속 부서원은 물론 협업 부서에서의 평판 포함
- 회사에 대한 로열티: 위기 상황에서의 태도, 회사 방향성과의 정렬 여부
- 의사결정 방식: 구성원을 끌고 가는지, 소모시키는지
이 중에서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서 가장 민감하게 보는 항목이 바로 2번과 4번입니다. 출처: 한국능률협회의 리더십 관련 보고서에서도 임원급 리더의 실패 원인 중 '구성원 신뢰 부재'가 상위권에 꾸준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과만 보고 올렸다가 생긴 일
몇 년 전, 제가 직접 관여했던 임원 추천 건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해외 박사 출신에 다양한 직무 경험, 수치로도 뚜렷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사실 서류만 놓고 보면 반론하기 어려운 후보였습니다.
문제는 부서원 피드백이었습니다. "갈아서 성과를 낸다"는 표현이 반복해서 나왔습니다. 그때 저는 이 피드백을 더 강하게 공론화했어야 했는데, 결국 경험과 기술력에 눌려 승진 추천이 올라갔습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결정입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터졌습니다. 임원 산하 부서원의 50%가 1년 안에 퇴직했고, 그제야 해임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엔 경쟁사 이직과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한 사람의 임원 선택이 조직에 미치는 파장이 이 정도입니다.
로열티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로열티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측정이 되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게 감(感)에 의존하는 항목이라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나름의 지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 혹은 조직 개편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 사람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가 핵심입니다. 구성원들 앞에서 회사 방향에 동조했는지, 아니면 불만을 공유하며 이탈 분위기를 조성했는지—이걸 파악하는 데 면담 기록과 평소 소통 이력이 유용하게 쓰입니다. 임원은 회사의 사용자(使用者) 측에 서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타협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임원 추천은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
임원이라는 자리는 회사의 얼굴이기도 하고, 수십 명의 커리어를 좌우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스펙과 성과로 후보를 좁히는 건 1단계일 뿐이고, 실제 추천은 그 사람의 품격, 구성원과의 관계, 회사에 대한 태도를 복합적으로 보고 결정됩니다.
"임원은 알아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인사팀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조직 전체의 리스크 관리에 가깝습니다. 섣불리 올렸다가 겪는 후폭풍은 저처럼 직접 경험해보면 다시는 가볍게 볼 수 없게 됩니다.
임원 승진을 준비하거나 추천하는 위치에 계신다면, 성과 지표만큼이나 주변 평판과 위기 상황에서의 태도를 함께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인사팀이 실제로 보는 기준에 가장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원 추천에서 학력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A. 기본 자격으로는 확인하지만 결정적 기준은 아닙니다. 저도 박사 출신 후보가 실패하는 케이스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학력보다 구성원 신뢰도와 로열티가 더 큰 변수입니다.
Q. 부서원 피드백은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나요?
A. 공식 다면평가 외에도 면담 기록, 비공식 루트, 이직자 퇴직 면담 내용이 활용됩니다. 익명성이 보장될수록 솔직한 피드백이 나옵니다.
Q. 로열티가 부족한 후보는 무조건 탈락인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임원은 회사의 사용자 측에 서는 자리이기 때문에, 로열티 우려가 있으면 추천에 훨씬 신중한 검토가 따릅니다.
Q. 임원 해임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나요?
A. 성과 부진보다 조직 이탈, 구성원 신뢰 붕괴, 소송 리스크 등 복합 요인이 트리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결정은 거의 없습니다.
Q. 인사팀이 임원 추천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최종 결정권은 경영진에 있지만, 인사팀은 후보 정보를 취합하고 리스크를 검토해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줍니다. 저는 피드백을 더 강하게 올렸어야 했다는 후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