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외로운 이유, 구조의 문제입니다

회의실에서 임원이 의견을 꺼내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낀 적 있으십니까. 반박은 사라지고, 고개들이 일제히 끄덕여집니다.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처음엔 '저게 권력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임원 인사를 담당하면서 면담을 반복하다 보니, 그 끄덕임이 사실은 그 사람을 가장 고립시키는 신호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임원이 "요즘 좀 외롭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건 엄살이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솔직한 말이 끊기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직급이 낮을수록 주변에 직접적인 말을 해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거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문제 생길 것 같아" 같은 말이 비교적 자유롭게 오갑니다. 팀장 시절에는 동기나 친한 선배가 그 역할을 해줍니다.

임원이 되면 이 채널이 막힙니다. 회의에서 반박이 줄고, 보고서에는 좋은 소식이 많아지고, 나쁜 소식은 걸러져서 올라옵니다. 결정의 무게는 올라갔는데, 그 결정을 검증해줄 사람이 사라지는 겁니다. 이 상황이 쌓이면 임원은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점점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독선의 시작점이 여기입니다.

실무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는 패턴은, 본인이 고립됐다는 걸 정작 당사자만 모른다는 점입니다. 주변이 조용해질수록 오히려 판단이 옳다고 확신하게 되는 역설이 생깁니다.

A senior executive sitting alone in a large conference room after a meeting, looking thoughtful and isolated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좁아진다

임원이 되면 공유할 수 없는 정보가 생깁니다. 조직 개편 계획, 인력 조정 방향, 사업 철수 검토, 임원 인사 논의. 이런 내용은 확정 전까지 외부에 꺼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임원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팀장 시절 가깝게 지내던 동료가 다음 개편에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말할 수 없습니다. "요즘 회사 어때요?"라는 질문에 "글쎄요"로 넘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집니다. 숨기는 게 많아질수록 편하게 대화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동급 임원들과의 대화가 완전히 열려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보 수준은 비슷하지만, 경쟁 관계가 존재합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건, 임원이라는 자리가 가진 구조적 특성입니다.

Harvard Business Review - It's Lonely at the Top에서도 임원의 고립은 정보 비대칭과 역할 경계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합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결정의 무게를 나눌 사람이 없다

팀장까지는 어려운 결정이 생기면 위로 올릴 수 있습니다. 임원이 되면 그 결정이 본인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누구를 내보낼지, 두 팀 사이의 갈등에서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성과는 높지만 팀워크를 해치는 핵심 인재를 어떻게 처우할지. 이런 결정들은 정답이 없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습니다. 그 무게를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게 세 번째 외로움의 본질입니다.

이 고립감을 잘 다루는 임원과 그렇지 못한 임원의 차이는 실제로 꽤 명확하게 갈립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티는 임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행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타사 동급 임원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외부 네트워크를 유지합니다. 경쟁 관계가 없으니 비교적 솔직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2. 임원 코치나 멘토를 둡니다. 성과 개선 목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판단하지 않고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3. 집에서라도 감정의 무게를 나눕니다. 회사 기밀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요즘 좀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겁니다.

반대로 고립감을 권위로 덮으려는 임원, 특정 팀원을 지나치게 가까이 두려는 임원은 결국 조직 내 불균형을 만들고 스스로도 소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임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고립감은 커집니다. 임원이 되기 전, 팀장 단계에서도 이미 비슷한 패턴이 시작됩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줄고, 결정의 무게가 늘고, 위아래 어느 쪽도 편하지 않은 자리에 서게 됩니다.

지금 팀장이거나 팀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외부 네트워크는 지금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임원이 된 뒤 만들려면 늦습니다. 지금 쌓아두는 관계가 나중에 외로움의 완충재가 됩니다.

임원의 결정이 이해가 안 될 때, 그 결정이 어떤 맥락과 압박 안에서 나왔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윗자리가 편하기만 한 자리라는 인식은, 실무 현장에서 보면 맞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원이 외롭다는 게 정말 구조적인 문제인가요?

A. 개인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 정보 비대칭, 역할 경계, 의사결정 집중이 만드는 구조적 고립입니다. 같은 자리에 오르면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Q. 임원 코칭이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성과 개선 목적 외에, 판단 없이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수요가 큽니다. 국내에서도 임원 코칭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고립감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측근 문화는 왜 생기는 건가요?

A. 외로움을 특정 팀원과의 친밀함으로 해소하려는 패턴에서 시작됩니다. 임원 본인은 편할 수 있지만, 조직 전체의 공정성과 균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Q. 팀장 단계에서 외부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드나요?

A. 업계 협회, 직무 커뮤니티, 사내 외부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점입니다. 경쟁 관계가 없는 타사 동급 직급자와의 정기 만남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임원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1:1 자리에서, 사실 중심으로, 감정보다 결과에 집중해 전달하는 방식이 유효합니다. 임원 대부분은 솔직한 말을 원하지만 그 기회가 오지 않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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