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 권한 확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부서장이 팀원들과 회의하는 장면,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상징하는 사무실 풍경

HR을 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책임은 많은데 권한은 없어요." 부서장들이 하는 말인데, 솔직히 들을 때마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조직 목표 달성의 책임은 부서장에게 있는데, 정작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은 인사팀이나 윗선에서 쥐고 있는 구조.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왜 부서장 권한 확대를 추진했나

2010년대 중반, 우리 조직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부서장들의 불만이 단순히 푸념이 아니라 실제 조직 성과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수 인재를 붙잡고 싶어도 부서장이 해줄 수 있는 게 없고, 부서원 동기부여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론을 냈다. 부서장에게 별도 경비를 지원하고, 부서원 승격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꽤 그럴듯해 보였다

권한을 받은 부서장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오래 기다렸다는 표정들이었다. 대다수는 권한을 적절하게 활용했고, 부서원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피드백도 들어왔다. 그때는 '잘 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일부 부서에서 이상한 신호들이 오기 시작했다.

권한이 커지자 나타난 그늘

문제는 생각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났다. 일부 부서장이 부서원에게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너 그런 식으로 하면 내가 너는 못 챙기지."

처음 이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등골이 서늘했다. 권한을 부여하기 전에는 부서장이 그런 말을 해봤자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승격에까지 관여할 수 있게 되니, 이 말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진짜 위협이 된 것이다. 부서원 입장에서는 부당한 업무 지시에도 바른 말을 하기 어려워졌다. 눈치 보며 참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예상 못 했던 부작용들

시간이 더 흐르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정반대 방향이었다. 부서장 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권한이 커졌다는 것은 곧 책임도, 감시도, 부담도 같이 커졌다는 뜻이었다. 권한을 잘못 쓰면 HR에서 지적받고, 구성원들에게 원성을 들을 수도 있다. 부서장직을 자진 반납하겠다는 경우도 생겼다. 권한 확대가 오히려 리더 풀을 줄이는 역설적인 결과를 만든 것이다.

구분 권한 확대 전 권한 확대 후 (긍정) 권한 확대 후 (부작용)
부서장 동기부여 낮음 높아짐 부담 증가로 기피 발생
구성원 발언권 상대적으로 자유 유지 위축, 눈치 보기 심화
승격 공정성 HR 중심 관리 현장 반영 강화 부서장 편향 가능성
팀 분위기 다소 정체 활성화 일부 팀 위계화, 경직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놓친 것들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큰 실수는 순서였다. 권한을 먼저 주고, 교육은 뒤따라갔다. 부랴부랴 챙겨야 할 것들을 알려줬지만 이미 권한은 손에 쥐어진 상태였다. 준비 없이 쥐어진 권한은 결국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발현됐고, 조직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쓰이는 경우가 생겼다. 권한 확대는 그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이루어질 때 독이 된다.

HR 담당자라면 권한 확대 제도를 설계할 때 반드시 세 가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사람이 이 권한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권한을 견제할 장치는 충분한가. 권한을 잘못 썼을 때의 프로세스는 명확한가. 이 세 가지 없이 권한을 내주는 건 조직 전체에 불씨를 던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무리 — 권한은 신뢰와 함께 가야 한다

부서장 권한 확대는 분명히 필요한 방향이다. 현장 리더에게 실질적인 수단을 줘야 조직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믿는다. 다만 그 권한이 조직을 살리려면, 그 전에 리더십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 먼저여야 한다. 권한 이전에 신뢰, 교육 이전에 문화. 그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망가진다. HR이 해야 할 일은 결국 그 순서를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자주 묻는 질문

Q. 부서장 권한 확대 전에 꼭 해야 할 준비는 무엇인가요?

A. 리더십 교육과 권한 남용 시 대응 프로세스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권한 부여보다 준비가 선행되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부서장이 승격 권한을 남용하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A. 다면평가, HR 크로스체크, 익명 신고 채널 등 견제 장치를 병행 운영해야 합니다. 권한은 반드시 견제 시스템과 세트로 설계해야 합니다.

Q. 부서장 기피 현상은 왜 생기는 건가요?

A. 권한이 커질수록 책임과 감시도 동시에 커지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지원과 심리적 안전망 없이는 리더 자리를 부담으로 느끼게 됩니다.

Q. 부서원의 발언권을 보호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익명 피드백 제도, HR 직접 소통 채널, 정기 조직문화 설문 등을 통해 부서원이 상향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별도로 유지해야 합니다.

Q. 권한 확대 제도, 어떤 조직에 적합한가요?

A. 리더십 역량이 검증된 조직,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된 조직일수록 효과적입니다. 조직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